혼자 떠난 이탈리아【전편】첫 5분 만에 가이드북을 덮었어요
2014년 5월, 골든위크(일본의 황금연휴)에 혼자 이탈리아에 다녀왔어요. 세례를 받고 2년쯤 지났을 때의 일이에요.
"신앙이 있는 사람이 바티칸에 가면 분명 감동했겠죠?" 하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솔직히 그렇게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래도 다녀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여행이에요.
계기는 우에노의 미켈란젤로 전
계기는 2013년 가을, 우에노의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린 시스티나 성당 500주년 기념 미켈란젤로 전이었어요. 교회 친구와 같이 보러 갔다가 "이거, 진짜를 보러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마음이 계속 남아 있어서, 이듬해인 2014년 5월 골든위크 휴가에 이탈리아에 가기로 했어요. 신앙이랑 관계가 있냐고 물으면, 음, 그렇게 깊은 이유는 없었어요.
세례 후 2년. 고민은 없었지만, 성경은 읽지 못했다
여행을 떠날 때의 저는 특별한 고민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성경은 거의 읽지 못하고 있었어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솔직히 재미도 없었거든요.
그런 상태로, 성경 속 이야기의 무대와 가까운 곳에 가 버린 거예요.
저가 항공권으로, 히스로 공항에서 6시간 기다리기

【사진】당시 사진이 손에 남아 있지 않아서, 인스타에 남아 있던 것을 올렸습니다. 화질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항공권은 싼 걸로 골랐더니,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6시간을 기다렸다가 갈아타야 했어요. 거기서 로마로 가요.
가는 곳은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각각 하루씩 묵고, 마지막 날 로마로 돌아와서 직항으로 귀국하는 4박 6일 일정이었어요.
첫 5분 만에 가이드북을 덮었어요

【사진】프리 소재 사진입니다. 제가 본 로마는 훨씬 더 어둡고, 훨씬 더 무서웠어요 ㅎㅎ
로마에 도착한 건 밤 11시쯤이었어요.
공항에서 테르미니역(로마의 중앙역 같은, 아주 큰 역이에요)으로 가는 전철을 탔는데, 이상하게 한국 분들이 아주 많았고 일본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역에 도착했을 때, 저처럼 혼자 여행 중인 한국 여성분께 "혼자 밖에 나가기가 좀 무서운데, 같이 나가 주실 수 있어요?" 하고 한국말로 용기를 내서 말을 걸어 봤어요. 그랬더니 흔쾌히 "좋아요" 하고 말해 주셨어요.
개찰구를 나와서 지도를 보려고 가이드북을 꺼낸 순간, "꺼내지 마요!" 하고 바로 말리셨어요. 그러는 사이에 역 밖에 있던 남자가 다가와서, 시계탑을 가리키면서 뭔가 말을 걸어 왔어요.
"저렇게 마음대로 말을 걸어서 설명해 주고는 돈을 달라고 하니까, 절대 눈을 마주치면 안 돼요!"
엄청 놀랐어요. 그리고 알았어요. 여기는 보통 곳이 아니구나, 하고요.
그 여성분은 먼저 로마에 와 있던 친구와 바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그럼 여기서" 하고 인사한 뒤 헤어졌어요. 거기서부터는 호텔까지 혼자예요.
저는 한국에 가는 느낌으로 있어서, 와이파이가 바로 연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럴 리가 없죠. 통화료를 각오하고 현지 전파로 로밍해서 구글 지도로 길을 찾았어요.
그런데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길 안내가 끝나 버렸어요. 게다가 간판이 없어서 어디가 호텔인지 알 수 없었어요. (나중에, 오래된 거리 풍경을 지키기 위해 간판에 규제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럴듯한 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었더니, 안에서 사람이 나와서 "○○○○?" 하고 호텔 이름을 말해 줬어요. "맞아요!" 하고 대답하니까 "여기 위예요" 하고 영어와 몸짓으로 알려 줬어요.
게다가 문 옆에 줄지어 있는 벨과 이름을 가리키면서 "봐요, 여기 써 있잖아요" 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자주 보던 그 장면이에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싶었어요 ㅎㅎ
그래도 저는,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 주셨다고 생각했어요.
호텔 엘리베이터는 우리처럼 생긴, 아주 옛날 거였어요. 호텔이라기보다 거의 도미토리였어요. 그래도 꽤 감동했던 게 기억나요. 여행에서 마음이 움직인 건, 의외로 이런 작은 장면이었어요.
참고로 저는 이탈리아어는 물론 영어도 못 해요. 다만 막상 닥치면 영어가 일본어로 들려요 ㅎㅎ 대답은 물론 "예스"나 "노"뿐이에요.
외워 간 이탈리아어는 "우노 페르 파보레(하나 주세요)"뿐이었어요. 솔직히 여자 혼자 편하게 올 곳은 아니구나 싶었어요.
가이드북도 지갑도 없이 걸었어요
무서웠던 건 테르미니역의 밤만이 아니었어요. 어느 역에서든 자동판매기로 표를 사고 있으면, 마음대로 말을 걸어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었어요.
테르미니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불안했던 저는, 도미토리에 도착하자마자 대책을 생각했어요.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은 관광 안내서를 사진으로 찍어 두고, 가이드북은 들고 다니지 않고 관광한다
지갑은 들고 다니지 않고, 돈은 뒷주머니에 넣는다
여권은 옷 안에 찰 수 있는 복대형 가방에 넣는다
말을 걸어도 못 들은 척할 수 있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사람인 척한다
"유럽 어딘가의 나라에 유학 와 있다가 잠깐 여행 중인 유학생"이라는 설정으로 지낸다
이어폰에서는 사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요. 유학생 설정도 주위 사람들이 알 리가 없는데, 그때의 저는 진심이었어요 ㅎㅎ 그만큼 제 몸을 지키려고 열심히 했던 거예요.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이 지혜를 주셨던 건지도 몰라요.
※이 글은 '혼자 떠난 이탈리아【전편】'입니다.후편은 이쪽에서 읽어 보세요.